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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계절

겨울 배경의 감성 겨울시 10가지 모음

by 활자찻잎 2020.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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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위에 쓰는 겨울 시, 홍시화


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

누구는 사람 가슴에

시를 쓰고

누구는 자취없는 허공에 대고

시를 쓴다지만


나는 십이월의 눈 위에

시를 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의 시




12월의 시, 최연홍


12월든 잿빛 하늘, 어두워지는 세계다

우리는 어두워지는 세계의 한모퉁이에

우울하게 서 있다


이제 낙엽은 거리를 떠났고

나무들 사이로 서 있는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눈이 올 것 같다. 편지처럼


12월엔 적도로 가서 겨울을 잊고 싶네

아프리카 밀림 속에서 한 해가 가는 것을 잊고 싶네

아니면 당신의 추억 속에 파묻혀 잠들고 싶네

누군가가 12월을 조금이라도 연장해준다면

그와 함께 있고 싶네

그렇게 해서 이른 봄을 만나고 싶네, 다람쥐처럼


12월엔 전화 없이 찾아오는 친구가 다정하다

차가워지는 저녁 벽난로에 땔 장작을 두고가는 친구

12월엔 그래서 우정의 달이 뜬다


털옷을 짜고 있는 당신의 손,

질주하는 세월의 삐걱거리는 소리,

바람소리, 그 후에 함박눈 내리는 포근함


선인장의 빨간 꽃이 피고 있다

시인의 방에는 장작불이 타고 있다

친구의 방에는 물이 끓고 있다

한국인의 겨울에는



12월의 엽서, 이해인


12월엔 그대와 나

따뜻한 마음의 꽃 씨 한 알

고이고이 심어주기로 해요


찬바람 언 대지

하얀 눈 꽃송이 피어날 때

우리도 아름다운 꽃 한송이

온 세상 하얗게 피우기로 해요


이해의 꽃도 좋고요

용서의 꽃도 좋겠지요

그늘진 외딴 곳

가난에 힘겨운 이웃을 위해

베품의 꽃도 좋고요

나눔의 꽃도 좋겠지요


한 알의 꽃씨가

천송이의 꽃을 피울 때

우리 사는 이 땅은

웃음꽃 만발하는 행복의 꽃동산

생각이 기도가 되고

기도가 사랑이 될 때

사람이 곧 빛이요 희망이지요


홀로 소유하는 부는 외롭고

함께 나누는 부는 의로울 터

말만 무서한 그런 사랑 말고

진실로 행하는 온정의 손길로

12월엔 그대와 나

예쁜 사랑의 꽃 씨 한 알

가슴마다 심어주기로 해요




12월의 노래, 이해인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 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겨울나무, 이재무


이파리 무성할 때는

서로가 잘 뵈지 않더니

하늘조차 스스로 가려

발밑 어둡더니

서리 내려 잎 지고

바람 매 맞으며

숭숭 구멍 뚫린 한 세월

줄기와 가지로만 견뎌보자니

보이는구나, 저만큼 멀어진 친구

이만큼 가까워진 이웃

외로워서 단단한 겨울나무



우리들의 삶, 용혜원


지난 일들이

되살아나는

추억의 그리움과

다가오는 일들이

피어나는

소망의 그리움으로

늘 가득하다


자유, 권기일


배시시 미소 짓는 겨울 꽃과

아침을 밝히는 얼굴은

대지의 희망에 웃음을 더 한다


한 줌 바람이 물결처럼 흐르고

자유로운 나뭇잎이 청초히 흐느끼는구나


너무나 귀한 하루다

이렇게 자유롭고 편안하니까




겨울강, 정호승


꽝꽝 언 겨울강이

왜 밤마다 쩡쩡 울음소리를 내는지

너희는 아느냐


별들도 잠들지 못하고

왜 끝내는 겨울강을 따라

울고야 마는지

너희는 아느냐


산 채로 인간의 초고추장에

듬뿍 찍혀 먹힌

어린 빙어들이 너무 불쌍해


겨울강이 참다 참다 끝내는

터뜨린 울음인 줄을



눈 내리는 날, 윤보영


들판 가득 눈이 내렸습니다

그대에게 글을 적을 수 있게

하늘이 배려했나 봅니다

그림까지 곁들여 적고 보니

들판보다 더 넓은

내 마음이었네요


오늘처럼, 매일

그대 생각하며

글만 적었으면 좋겠어요




겨울사랑, 문정희


눈송이 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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